새끼 보노보 '칸지'의 등장
‘님 침스키’ 프로젝트가 연구비 문제로 4년 만에 중단되자,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언어 실험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었습니다 이후 연구 기금이 대폭 줄어들던 무렵 보노보 ‘칸지’가 모든 상황을 변화시키며 국면 전환을 가져오죠.
보노보는 침팬지보다 약간 작고 꼿꼿하지만, 외견상 침팬지와 비슷해요. 하지만 두 영장류는 행동에서는 완전히 달라요. 보노보는 암컷이 지배하는 사회생활을 하는 종류로, 침팬지보다는 더 평화적이거든요.
지금까지의 결과가 촘스키의 견해를 전반적으로 지지한다면, 그것을 거스르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인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슈 새비지-럼보(sue savage-rumbaugh) 교수는 보노보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실험을 했어요. 그러던 중, 그녀는 실험 대상이 아닌 새끼 보노보 ‘칸지’가 혼자서 언어를 터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칸지'는 언어 사용 영장류의 출발
‘칸지’는 입말(spoken language)을 알아듣고 수화를 사용해서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어요. 수화 외에도 ‘칸지’는 각 단어에 해당하는 ‘렉시그램(lexigram; 일정한 단어나 행동을 뜻하는 기호들을 그린 그림문자)’를 모아놓은 그림판 중에서 특정 렉시그램을 누르면 그에 해당하는 영어 소리가 나도록 설계된 장치를 사용해서 연구자들과 문장 수준으로 의사소통을 했죠.
연구팀은 이 사실을 알고 주변 상황 등 다른 요인이나 도움 때문에 언어 사용이 가능한지를 검증해 보았어요. 다시 말해 그들은 ‘칸지’에게 헤드폰을 씌우고 그가 소리만으로 단어의 뜻을 이해하는지 여부를 실험한 결과, 약 93% 정확하다는 것을 알아냈죠. 이전의 연구 결과들과 비교했을 때, ‘칸지’는 인간의 말을 꽤 잘 이해하는 것으로 밝혀졌어요.
새비지-럼보에 따르면, ‘칸지’는 3,000개의 영어 단어를 소리로 알아듣고 문장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칸지’가 자신이 터득한 언어를 다른 보노보에게 가르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죠. ‘칸지’는 렉시그램 키보드를 사용해서 인간과 의사소통하도록 훈련을 받았어요.
다른 훈련된 영장류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정해진 대답을 하도록 길들여진 반면, ‘칸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대답하도록 교육받았던 거예요. 다시 말해, ‘칸지’는 인간과 다른 영장류들과 의사소통하는 데 있어 상징 기호들을 자발적이고 창의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된 겁니다.
인위적인 훈련 환경에서 몇 년을 보낸 ‘칸지’는 영어의 음성 명령과 질문, 문장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에 반응해서 렉시그램을 사용해서 대답합니다. ‘칸지’의 대답은 전자 장치를 통해 음성으로 표현되었고요. 영장류가 인간이 즉시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어휘 목록과 구문을 습득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기에 ‘칸지’는 ‘언어 사용’ 영장류의 출발점입니다.
연구팀은 ‘칸지’와 아이들에게 “모자에 사과를 넣어달라”는 요구처럼 똑같이 600가지를 시도했어요. 이들에게는 모두 처음 듣는 요구사항들이었죠. 하지만 ‘칸지’는 두 살의 아이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어요. ‘칸지’는 두 살 반짜리 아이와 같은 수준으로 반응하고 자연스럽게 언어를 만들어낼 줄 알고 있었습니다.
새비지-럼보 교수는 유인원이 어린아이들처럼 언어를 자발적으로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 결과에 만족했어요. 유인원도 어린아이들처럼 단어가 뜻하는 대상, 상징, 행동을 듣고 그것을 연결시킬 수 있었죠. 만약 두 살짜리 아이의 언어 능력을 ‘언어’라고 부른다면, '칸지’가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녀의 연구는 원숭이와 같은 동물들이 언어적 소통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견해를 강화시켰고, 이것은 인간과 동물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칸지’의 사례는 인간이 아닌 원숭이의 지능과 감정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어요.
동물의 언어는 과연 존재할까
그렇다면, 인간 이외의 동물의 ‘언어’는 과연 존재하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는 단지 언어적 측면을 실제로는 비언어인 것으로부터 읽도록 강요하고 그 언어를 동물들에게 ‘부여’하는 건 아닐까요? “사자가 말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우리는 그걸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던 오스트리아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이 말이 옳았습니다.
실험실에서의 인간과 유인원 사이의 의사소통은 야생 유인원과 상당히 다른데, 전자는 몸짓 언어와 소리의 풍부한 결합으로 구성되어 있고, 후자는 인간의 상황에 맞는 인위적인 환경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인간은 대부분의 동물에 대해서 잘 몰랐고, 오직 인간만 우월하다고 자만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동물이 인간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믿음이 강조되었고, 심지어 동물이 상당한 지성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도달하죠. 시간이 지나면서 비이성적인 생각이 변증법적으로 더 합리적인 균형을 이루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약하면, 동물들이 정말로 야생에서 ‘한 종류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 동물들이 인위적이거나 비자연스러운 수단을 통해 인간 및 다른 동물들과 자발적이고 창의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훈련될 수 있다는 점, 인간과 동물 간 소통의 지적 한계가 어린아이 수준에 가깝다는 점을 우리는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반면, 동물들의 상대적 지능에 대한 의문은 물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미미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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