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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언어 유전자’는 정말 있을까 : 연구 과정 및 회의론

by 백호의 눈 2024.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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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유전자에 대한 연구 과정

한 젊은 과학자의 연구로 전 세계 인류학과 유전학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한때 현생 인류의 언어 진화는 ‘FOXP2’라는 단일 유전자에 전적으로 의존했는데, 그 덕분에 현생 인류는 오랜 인류 개체군 사이에서 경쟁에서 이겼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죠. 2002년 돌풍을 일으킨 이 가설은 진화와 생명과학 교과서에 소개된 인간 언어에 대한 유전자 연구가 더 이상 근거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어요.

이 통설을 뒤집은 주인공은 엘리자베스 앳킨슨(Elizabeth Atkinson)입니다. 그녀는 미국 브로드연구소 연구원으로 생명과학 저널 ‘셀’ 온라인판에 “언어 유전자라고 불리는 FOXP2 유전자는 현대 인류 모두가 갖고 있는 특별한 유전자가 아니다. 언어의 진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하지만 교과서에 나왔던 이야기는 너무 간단명료했다”라고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그녀는 “최근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를 살펴본 결과, FOXP2 유전자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이전의 연구들에서 발견된 사항들은 거짓 신호(false signal)에 불과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어요. 그녀가 소속된 브로드 연구소는 유전체 연구와 생명과학 분야에서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는 세계적인 기관이에요.

 

FOXP2, 언어 생성 최초의 유전자

FOXP2는 언어 생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진 최초의 유전자입니다. 원래 FOXP2는 2002년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의 볼프강 에나르트(Wolfgang Enard) 교수팀에 의해서 유명해졌어요. 이 유전자는 연구원들이 언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심각한 언어장애를 가진 가족을 연구하던 중 발견되었죠.

그 당시, 연구원들은 이 가족들이 인지적으로는 정상적이지만 이상하게 말을 하는 데 있어서는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죠. 결국 그들은 FOXP2 유전자의 특정한 영역의 변이는 말하는 기관의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언어장애를 일으킨다고 결론지었어요.

에나르트 연구팀은 전 세계 20명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이 유전자가 유인원과는 다르고 약 20만 년 전부터 현생 인류 사이에 빠르게 퍼져나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섬세한 언어능력이 인류의 번영과 직결된다는 가설과 함께 크게 확산되죠. 그 후 이 논문은 과학 문헌에 수백 차례 인용되었고, 후속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인간의 언어 진화에서 FOXP2의 중요성'을 부각했습니다.

이들은 주로 인간과 다른 종들 사이의 유전적 차이와 진화적 변화를 연구합니다. 그래서 이 연구는 인류학, 생물학, 유전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죠. 이들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있으며, 유전체 연구와 진화 생물학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와 같은 유전자가 쥐와 박쥐의 소리, 또는 문법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밝혀진 노래하는 새의 소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어요. 이는 언어 유전자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죠. 먼저, 우리가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같은 다른 친척들의 게놈을 해독했을 때, 우리는 그들이 우리와 비슷한 FOXP2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이 유전자는 거의 20만 년이 아닌 적어도 5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흥미롭게도 에나르트 교수와 함께 한 연구 책임자는 독일의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소장인 스판테 페에보였습니다. 그는 고대 인류의 유전체를 처음 해독했던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그 유전자의 발달된 언어능력이 현대 인간의 특징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은 상당히 당황했어요.

오히려 인류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만큼 언어능력이 있었다”라는 해석을 받아들입니다. 유전학자들은 언어를 직접적으로 구사한다기보다는 이 유전자가 성장기 어린이의 신경세포 성장을 촉진하고 어린이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일 가능성을 제기하기 시작해요. 언어와 관련된 것이지만 간접적이라고 한 발 물러난 반응을 보인 거죠.

 

언어 유전자에 대한 회의론

이후, 유전자 하나만으로 ‘언어’라는 복잡한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회의론이 대두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유전자는 현생 인류의 등장 직후인 20만 년 전부터 급속히 확산되어 그동안 ‘언어 유전자’의 지위를 계속 누릴 수 있었어요. 

한편, 이번 연구에서 앳킨슨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 사람, 침팬지 10마리,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3명 등 총 53명의 유전체 정보를 수집해 FOXP2 유전자의 전체를 해독하고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이 유전자가 짧은 시간 안에 전 세계 사람들에게 퍼졌다는 증거는 없으며, 아프리카를 포함한 많은 인간은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지만 언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어요. 앳킨슨은 “이전의 연구들은 유럽인과 아시아인만 대상으로 해서 자료 선정에 한계가 있었다”라고 밝혔어요. 그녀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후, 우리는 이 유전자가 인간에게 특별히 언어를 선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와 같이, 과학 연구는 언제나 더 나은 결과에 의해 뒤집어지는 일이 흔합니다. 2002년 이 논문의 제1저자였던 에나르트 교수는 ‘네이처’ 잡지에 “우리는 확실한 결론에 도달했다. 저는 그것이 연구자로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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